교육 vs 배움

'교육'이라는 것은 가르침과 길러냄을 뜻한다. 정작, 교육이 필요한 학생들의 입장에서는 다름아닌 '배움'이다. 어찌보면, 같은 행동이나 배움이라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싶다. 이는 내가 아직 잘 알지 못하여, 가르치는 내내 배우는 것들이 많기 때문이다. 나는 특별해서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조금 먼저 알았기에 같이 배울 뿐이다.

학교 vs 회사

학교는 배움을 위해 있는 곳이고, 회사는 배운 사람을 고용하여 일을 하는 곳이다. 사람들이 저마다 천양지차를 보이듯, 같은 교육 과정을 통하더라도 학생들의 수준은 같지 않다. 회사는 그들이 같은 출발선에 있기를 바란다. 그리고 그 출발선이 상향 편준화되어 있어야 한다고 본다. 회사에서 재교육을 하는 이유는 회사가 원하는 지적 방향에 그들을 끌어들이기 위함이다. 업무 적응에 걸리는 시간을 단축시키고, 그들의 업무 능력을 끌어 올리기 위해 다시 배우는 것이다.

언어 vs 디자인

프로그래밍에서 언어는 한글과 같다. 누구나 한글을 알지만, 누구나 훌륭한 문장가는 아니다. 한글을 배우고 논술도 배워야 한다. 글을 쓸 줄을 몰라, 작문을 배우는 것이 아니다. 깔끔하고 우아한 글을 쓰고 싶기에, 고귀한 영혼들의 저술을 읽고 글쓰기를 배운다. 베르베르는 매일 작문을 하고, 프로그래머는 매일 코딩을 한다.

이상 vs 현실

레거시(legacy - 유산, 이미 작성되어진 프로그램을 통칭)는 문제가 많고 어두우며 나쁜 관행들의 집합이다. 레거시를 배우면 나쁜 사람이 될 수 밖에 없다. 그래서 배울 때는 좋은 코드, 우아한 문법에 대해 이야기한다. 실제, 일을 하는 순간에는 냉혹한 코드를 마주치더라도, 무엇이 옳고 나은 결정인지 알아야 한다. 이는 더 나빠지지 않기 위한 최소한의 방안이다. 나쁜 버릇이 있음에도, 스스로 인지하지 못하는 것이 더 큰 문제이다.

전체 vs 부분

프로그래밍은 방대하다. 내가 짠 커리큘럼은 편협한 시각의 중급 개발자가 작성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 이 부분들은 레거시와 친해지는데 필요한 시각을 틔어줄 뿐이다. 레거시를 이해하는데 필요한 모든 지식을 같이 배울 수는 없다. 스스로 부족한 것과 필요한 것을 채워갈 수 있어야 한다. 부분으로 전체를 이해하라는 것이 아니라, 부분이기에 늘 공부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사내 게시판에 적은 글인데, 내 뜻이 잘 표현된 듯하여 블로그에도 적어 둔다.